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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뒷모습’의 정치인

뒷모습은 한 사람의, 그러니까 한 인생의 요약본이다. 마치 난해한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처럼, 생애 한 챕터에서 물러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차마 다 해석할 수 없는 진실 한 토막을 남긴다.   워싱턴 특파원으로 부임한 바로 다음 날, 어떤 뒷모습과 마주쳤다. 사퇴 압력을 받던 바이든 대통령이 끝내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는 이야기. 분명 정치적인 판단이었겠지만, 그 이면에서 분투했을 그의 인간적 고뇌 쪽에 마음이 더 기울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가 사퇴 연설을 하는 오벌 오피스에는 가족사진이 즐비했다. 사퇴를 만류했다는 가족들. 그래서 후보직에서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에선 노회한 정치인의 단호함과 할아버지이자 아버지, 남편으로서의 미안함이 두루 읽혔다.   그의 뒷모습이 남긴 결과는 우리가 아는 대로다. 바이든의 뒷모습은 해리스의 앞모습이었다. 단단했던 ‘트럼프 대세론’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민주당의 대선 승리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권력의 정점에 오른 정치인이 스스로 돌아서기란 쉽지 않다. 그러므로 바이든의 단호한 뒷모습은 치열하고 내밀한 인간적 고뇌가 정치인으로서의 욕망을 가까스로 눌러낸 결과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바이든이 후보직에서 돌아서기로 한 바로 그 날, 국내에선 가수 김민기의 부고가 전해졌다. 스스로를 ‘뒷것’으로 부르며 일평생 뒷모습으로 남고자 했던 아티스트. 그가 남긴 ‘봉우리’라는 노래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높은 봉우리에서 스스로 내려가기로 결단한 바이든의 뒷모습은 미국 정치에 보기 드문 활력을 불어넣었다. 소속 정당이 위기에 빠지자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고 스스로 돌아선 뒷모습의 정치인. 정치 이념을 떠나서 바이든은 이런 사실만으로도 훗날 꽤 넉넉한 평가를 받는 정치인으로 남을 것이다.   여든두 살 미국 정치인의 단호한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올라가려는 한국 정치 지도자들이 떠올라 문득 쓸쓸해졌다. 지금 여야는 ‘친윤 공방’과 ‘일극 체제’ 논란 속에 당 대표를 선출했거나 뽑을 예정이다. 정치 전면에 나서는 ‘앞모습’보다 때를 기다리는 ‘뒷모습’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기어이 당권 장악에 나선 이들이다.   그러나 어떤 나라의 명운은 물러설 때를 정확히 아는 뒷모습의 정치인들에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뒷모습은 제 생애를 요약할 뿐이지만, 한 정치인의 뒷모습은 한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기도 한다. 정강현 / 한국 중앙일보 워싱턴 특파원글로벌 아이 뒷모습 정치인 노회한 정치인 일평생 뒷모습 한국 정치

2024-08-07

[신복룡의 신 영웅전] 왕양명의 정치 비판

왕희지(王羲之)의 후손인 왕수인(王守仁·1472~1528)은 저장(浙江)성 콰이지(會稽) 출신으로 호가 양명(陽明)이다. 17세에 장가가는 날 어느 고명한 선생을 만나 학문을 배우다가 장가가는 것도 잊고 다음 날 새벽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무과에 급제해 촉망받았으나 환관의 잘못을 비판하다가 변방의 역참(驛站) 관리로 좌천됐다. 3년 만에 병부에 복귀해 두 번의 반란을 평정했다.   전선의 별빛은 인간을 고뇌하게 만들고, 그 고뇌에서 철학이 나온다. 그래서 무인 중에 철학자가 많고, 조선 왕조의 이름 있는 현판 중에는 무인의 글씨가 많다. 그는 남들처럼 주자학을 공부했으나 미심쩍은 점이 많았다.   특히 왕실에서 『주자대전(朱子大全)』으로 과거를 치르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다. 주자는 『대학』을 편집하면서 ‘백성을 사랑하라’(親民)는 구절은 비슷한 글자를 잘못 읽은 것이라며 ‘백성을 가르치라’(新民)로 바꿔 해석했는데, 이를 두고 왕양명은 ‘그 바람에 주자가 선비들의 입을 막았다’고 비판했다. 왕양명은 “허다한 진리를 어찌 그대만 알고, 그대만 옳은가”라며 주자에 항명하니 후세가 이를 양명학이라 불렀다.   그의 제자들이 『전습록(傳習錄)』을 지어 후대에 남겼다. 제자들이 “왜 세상이 이토록 어지럽습니까”라고 여쭈니 왕양명은 “세상이 어지러운 것은 학문을 바로 세우지 못했기 때문(天下不治 學術不明)”이라며 정치인들을 나무랐다. 그러면서 왕양명은 아는 것과 행실이 같지 않은 무리를 경계했다.   지금 한국 정치는 해방 정국보다 나을 것이 없다. 정치인이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도서관 대출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국어를 전공한 어느 국회의원이 “대통령이 비서진을 호가호위(狐假虎威)한다”며 사자성어를 잘못 사용했다. 듣고 있는 국민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이 나라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신복룡의 신 영웅전 왕양명 정치 정치 비판 한국 정치 호가 양명

2024-07-28

[독자 마당] 낙후된 한국정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곧 벌어진 6·25 전란으로 그나마 빈약했던 경제,사회적 기반마저 무너졌다. 전쟁이 끝난 후 경제 성장은 속도를 냈지만 정치적 혼란은 지속됐다. 이런 한국의 상황을 보면서 한 외국 언론사 기자는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그 후 이 말은 한국의 낙후된 정치 상황을 설명하는 문구로 자주 인용이 됐다.     그러나 이런 평가에도 한국은 국민의 예지와 끈기로 반세기 남짓한 기간에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이제는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유례없는 세계사를 쓰고 있다. 이는 쓰레기통에서도 장미꽃을 피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정치 분야의 발전 속도가 경제 발전에 미치지 못하면서 오히려 국가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사회 혼란을 겪으며 정치적 변환점을 만들어 내기도 했지만, 한국 정치는 여전히 낙후된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간 공동체를 위한 최상의 정치 제도가 민주주의라는 것은 오랜 역사를 통해 입증됐다. 민주주의 제도는 정치는 물론 사회 어느 분야에서도 각 개인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된다. 이로부터 발현되는 사고들이 실용적 실체를 만들어 내고, 이를 지향점 삼아 총체적 발전을 하게 된다.     한국의 정치 수준이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에 이르지 못한 것은 정치인의 자질 문제와 함께 국민의 민주시민 의식 부족 탓도 있다. 국가정치, 정책을 국민으로부터 수임받은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본분은 제쳐놓고, 편 가르기와 정쟁만 하고 있다. 국민 또한 정치와 국정 현안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를 비롯한 모든 분야가 발전해야 진정한 선진국의 국격을 갖추게 될 것이다. 윤천모·풀러턴독자 마당 한국정치 낙후 국가정치 정책 한국 정치 정치 분야

2024-06-25

제22대 총선 재외선거 시작

제22대 한국 국회의원 선거(총선)를 위한 재외선거가 27일 시작됐다.     이날 오전 8시, 맨해튼 뉴욕총영사관 8층 회의실에 마련된 공관투표소 문이 열리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은 한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투표소 문이 열리기 전에 도착해 기다리던 한인도 있었다. 공관투표소는 맨해튼에 위치한 만큼, 비교적 젊은 한인들이 주로 출근 전에 들러 투표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하루에만 200명이 넘는 한인들이 투표를 완료했다.     뉴욕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20대 문성원씨는 “한국에서도 투표는 꼭 했기 때문에, 해외에선 처음이지만 꼭 투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30대 안상무씨는 “한국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올라가는 추세였기 때문에, 한국이 잘 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려면 투표를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정치나 사회 분위기가 최근에는 이야기를 듣지 않고, 토론이나 소통을 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실망스러웠는데, 그런 점을 고려해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날 투표한 한인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아쉬운 점은 ‘재외선거에 대한 홍보’였다. 안씨는 “자칫하면 유권자 등록신청 기간을 놓칠 수 있을 것 같다”며 좀 더 적극적인 동포사회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투표장을 찾은 30대 커플은 “평소에도 한국 정치에 관심이 커 주요 이슈나 지역구 후보를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 같기 때문에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재외선거 총선 총선 재외선거 맨해튼 뉴욕총영사관 한국 정치

2024-03-27

[독자 마당] 국회의원

한국의 국회의원은 입법부의 일원으로 불체포특권, 면책특권 등의 특권도 누린다. 그런데 한국 문화는 세계적인 찬사를 받고 있지만, 한국 정치의 수준은 높아지지 않고 있다. 여야가 정쟁에만 몰두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서로 비난만 하고 있다. 협치는 찾아 볼 수 없고 극단적 대결만 남았다.     편 가르기식 선동 정치는 국민을 혼란 속에 빠트린다. 정치는 머리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국민의 아픔을 같이하며 해결해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내년 4월 선거가 다가오면서 일부 정치인의 거친 언사가 도를 넘고 있다. 노인 폄하, 청년 무시, 여성 혐오의 막말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정파적 이해만 생각하는 저열한 수준의 정치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민은 정치 황폐화와 혐오를 뼈저리게 느낀다.   특히 여성으로서  “소설 ‘동물농장’에도 암컷들이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 침팬지 사회에 암컷은 일등으로 못 올라간다”는 등의 발언에는 모욕감마저 느낀다. 그런데도 발언 당사자는 자산의 SNS에 사과 대신 ‘It’s Democracy Stupid‘ 라는 반박 글을 올려 공분을 사기도 했다.     우리는 인권을 주장하기 전에 먼저 책임의식을 가지고 그에 따른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나의 선택과 행동에는 사회 전체에 대한 책임이 포함되는 것이다. 어떤 정치 체제나 구조도 인간을 위한 수단이지 인간의 가치 이상으로 평가되어선 안 된다.   정치 황폐화와 혐오를 부추기는 막말엔 국민적 심판이 있어야 한다. 고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했던 “정치는 4류, 관료는 3류, 기업은 2류’라는 말이 생각난다. 어떤 사람은 지금 한국 정치의 모습은 4류도 못 된다고 말한다. 한국에도 하루빨리 품격 있는 정치풍토가 자리 잡길 고대한다. 임순·LA독자 마당 국회의원 한국 정치 정치 황폐화 정치풍토가 자리

2023-12-12

[독자 마당] 여전히 4류인 정치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에 실망한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을 중히 여기는 법치주의자라고 믿고 정치에 처음 입문한 그에게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기성 정치를 경멸하며 스스로 내가 전임보다 잘못한 게 뭐냐는 태도로 국민을 화나게 하였다. 국민의 신임을 잃게 된 것도 대부분 민심에 맞서는 오만에서 비롯됐음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 입장에서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으나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서민, 취약계층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도록 경제를 살리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곳곳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  있는 어려운 때, 한 줌 권력을 두고 싸우는 국민의힘과 이준석 전 대표는 정치를 왜 하는지 묻고 싶다. 윤 대통령은 당의 내흥을 해결하지 못하고 문제를 조정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게다가 부인 문제도 명쾌히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민은 집권 여당이  총체적 혼돈 속에서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는 벼랑 끝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수준 낮은 한국 정치의 슬픈 현실이다. 오랜 팬데믹에 고물가,고환율, 경제와 안보 복합위기에 수재까지 겹쳤으니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대통령 감성에 치우쳐 극단적 정치투쟁에 매달리는 모습은 국민을 슬프게 만든다.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으로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 보수의 정체성 위에서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는 것을 늘 가슴에 새기고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 더욱 분골쇄신해주기 바란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한국의 정치는 4류, 관료는 3류, 기업은 2류라고 말했다. 이제 한국의 예술 문화는 1류로 발전했다. 정치도 2류쯤으로의 승격을 기대해 본다. 임순· 토런스독자 마당 류인 정치 4류인 정치 극단적 정치투쟁 한국 정치

2022-09-13

[시론] 새정치란 무엇일까

꼭 10년 전인 2012년, 한 언론은 그해의 10대 국내 뉴스 중 하나로 ‘안철수 현상’을 꼽았다. 비록 대선을 완주하지 않고 사퇴하기는 했지만 정치권에 ‘새정치’라는 화두를 던졌다는 평가였다. 기사 해당 단락의 마지막 문구는 이렇다. ‘안철수 현상으로 대변되는 새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다.’   이후 한동안 새정치는 정치인 안철수의 브랜드였다. 하지만 2012년의 열기가 가라앉으면서 차츰 새정치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게 도대체 뭐냐고.     나중에는 여러 사람이 직접 “새정치가 뭡니까” 하고 그에게 물었다. 그러나 답변을 듣고 명쾌한 그림이 그려진 적은 한 번도 없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든가, 민생을 우선하자든가, 실천이 중요하다든가 하는 설명을 듣고 뭐라고 반응해야 할까.     그러는 사이 정치인 안철수는 새정치의 이미지에서 멀어졌다. 아마 올해 이후로는 이 단어를 쓰기 어려울 것이다.   역설적으로 올해 대선이야말로 한국에서 새정치가 얼마나 필요한지 사방에 알리는 선거였다. 외신이 “한국 민주화 이후 35년 역사상 가장 역겹다는 평가를 받는 선거”라고 비판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한편으로는 새정치에 대한 열망이 10년 전부터 그토록 높았는데, 어떻게 어느 대선 주자 한 사람 그걸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했나 의아하기까지 하다.   혹시 우리 모두 새정치를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많은 사람이 막연히 새정치를 새로운 서비스 정도로 상상하는 것 같다. 기존 정치보다 더 빠르고, 더 편안하고, 더 가격 대비 성능비가 높은 뭔가라고. ‘낡은 정치는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 새정치는 후련한 무엇이다.’ 나도 그렇게 여겼다.   그렇게 생각할수록 기존의 한국 정치와 직업 정치인들은 갈아치워야 할 대상으로 보이게 된다. 20대 대선에서 양강 주자가 모두 국회의원 경력이 없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이른바 ‘사이다’ 발언, 호통 발언을 잘하는 이들이 당내 경선에서 온화하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후보보다 지지자들을 쉽게 얻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이번 대선 덕분에 나는 새정치의 한 면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특정 그룹에게 시원한 발언은 반대 진영의 사람들에게는 어처구니가 없다. 모든 국민이 후련할 수 있는 정책은, 지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새정치는 차라리 모든 국민으로부터 양보를 끌어내는 일에 가깝다. 새정치는 결코 통쾌하지 않을 것이다.   새정치는 편안하지도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새정치가 젠더 갈등에서 비겁한 이득을 취하지 않고 그 한가운데 뛰어들기 바란다. 논쟁에서 지적인 용기를 북돋우고, 새로운 덕성과 질서를 제시하기를 바란다. 과정도, 결과물도 아마 매우 불편하리라. 모든 이에게 자기성찰을 요구할 터이므로. 하지만 그것이 바로 정치 영역에 우리가 기대하는 일이다.   상당수 유권자에게 새정치는 ‘노력 대비 성능비’도 높게 느껴지지 않을지 모르겠다. 새정치가 실현된다면, 그 세상의 시민은 음모론에 휘둘리지 않을 게다. 카리스마적인 정치 지도자가 음모론을 하나하나 물리쳐주는 덕분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새정치는 시민들에게 늘 공부하라고, 유튜브 시청은 공부가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혹시 새정치는 권력구조 개편이나 대통령의 권한 축소를 뜻하는 걸까? 한데 ‘제왕적 대통령제가 정치 실패의 원인’이라는 식의 진단은 너무 단순하지 않나. 한국 대통령은 자리를 나눠주거나 누군가를 잡아넣을 때 힘이 세다. 반면 제도를 개혁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힘은 약한 것 같다. 그조차 분산해야 할까? 이것도 진지하게 공부해야 할 숙제일 것이다.   상상도를 그려볼수록 새정치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클릭 한 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신제품이 아니라 함께 참여하는 운동이어야 한다는 점, 정치 신인 한 사람을 띄우는 데 이용돼선 안 된다는 점도 분명해진다. 광야에서 날아오는 초인이 아니라 시민사회가 해야 할 몫이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시민사회라는 단어도 최근 10년간 이미지가 참 안 좋아졌다. 그 단어가 어떻게 전유, 혹은 도용됐는지는 다음에 고민해보기로 하자. 장강명 / 소설가시론 새정치 새정치가 얼마 직업 정치인들 한국 정치

2022-03-25

[독자 마당] 정치 선진국의 길

K-팝을 비롯해 영화, 드라마 등에서 대한민국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차트 1위를 당당히 석권했고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상 주요 부문을 휩쓸었다. 영화 ‘미나리'에서는 배우 윤여정이 상을 받았고 연이어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지옥'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젠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다. 이를 그저 대중문화의 일시적인 현상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   순수문학에서는 최돈미 시인이 ‘맥아더 펠로십'을 수상했고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한인 2세 작가 캐시 홍 박 시인이 올랐다. 또한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하우스의 음악감독으로 김은선이 취임했다. 그는 모두가 인정하는 세계적인 지휘자인데 아시안 여성으로 메이저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이 된 것은 처음이다.     정치계에선 백악관과 연방 행정부 고위직에 한인 2세들의 활약이 빛나면서 연일 TV나 신문 등의 매체에 등장하고 있다.     이제 한인 이민 역사도 119년이 됐다. 이 기간에 정치, 문화. 경제에서 한인들은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뤄냈다. 비록 낯선 땅에서 뿌리 내리고 있지만 우리의 조국은 대한민국이다. 그래서 지대한 관심을 갖고 한국 정치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 시간 민주화를 위한 투쟁으로 귀한 목숨들이 바쳐졌다. 이것은 박제된 역사가 아니고 현재진행형이다.     다른 분야와 달리 한국 정치는 후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의 정치는 조선시대의 당쟁을 연상시킨다. 개인의 영달을 위한 정치에 국민들은 곧 환멸을 느끼고 돌아선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해외에서 한인들은 눈부신 활약으로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한국에서 바른 정치가 꽃을 피워 더욱 발전하는 세계 속의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원한다. 노영자·풋힐랜치독자 마당 선진국 정치 정치 선진국 한국 정치 정치 문화

2022-01-23

[독자 마당] 탈피해야 할 후진 정치

내년 3월에 한국에서 선거가 실시된다. 한 국가의 운명과 5100만 국민의 삶을 책임질 대통령을 뽑는 선거다.     하지만 집권당과 야당의 두 후보자 모두가 국민들에게 자격 미달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선을 치르는 양 정당 책임자들의 행태도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를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이 느끼는 실망과 불만은 이제 분노를 넘어 여야 두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높아지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후보들의 정책 대결은 사라졌다. 상호간 비방과 막말만 오가고 상대방의 약점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는 국가의 중대한 사안이다. 그동안 우리 국민은 자의건 타의건 대통령을 잘못 선출해 많은 고통을 당했다.     한국 정치는 후진성을 탈피하고 국민 여망에 맞게 개선의 방향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정치를 보면 정치인들에게 대한 신뢰는 더욱 떨어져만 간다.     대통령제의 모순과 폐단을 지적하면서 통치체제를 내각 책임제로 바꾸자는 정치학자들도 있다. 또한 국회의원 선출 방법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한국 정치에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집권당과 제1야당이 두 갈래로 나뉘어 극렬한 정치 갈등을 빚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민을 두 패로 가르는 소모적인 경쟁을 막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정당이 아닌 국민들로 구성된 대통령 자격심사위원회를 설치해 후보들의 자격을 검증하고 이런 후보들을 대상으로 국민이 최종적인 선택을 하도록 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후보 선출과정에서 정당의 역할을 너무 커서는 안 될 것이다. 이와 같이 국민 모두가 참여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선거가 참 민주정치의 기초가 될 것이다. 내년에는 한국 정치가 한 단계 더 도약하고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김태호·자유기고가독자 마당 탈피 후진 후진 정치 한국 정치 정치 갈등

2021-12-28

[수필] 'K토마토'

 “쇼핑백 안의 상자에는   ‘K토마토’라고 쓰여 있었다   ‘K정치’가 아직 없는 걸   보면 한국 정치는   토마토만도 못한가 보다.” “이 나라 저 나라 다녀봐도 한국이 최고다.” 여러 해 전 돌아가신 시어머님이 살아 생전에 하신 말씀이다. 사위가 해외 주재원이라 싱가포르, 대만 등 해외를 다녀 보셨고 우리가 사는 LA를 방문했을 때 하신 말씀이었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LA의 북쪽, 2번 프리웨이에서 내려 한인타운으로 가는 길이었다. 맥아더 파크 인근의 지저분한 거리에 홈리스들이 많은 것을 보고  “이곳이 미국 맞느냐”고 하셨다. 물론 짧은 기간에 어느 단면만 보셨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한국이 윤택하고 발전했다는 말도 된다.   순수 대한민국 기술로 개발한 첫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최근 우주를 향해 날아올랐다.  누리호가 하얀 연기를 뿜으며 치솟는 것을 TV 화면으로 보고 전율을 느꼈다. 나로우주센터 현장에서 연구원들이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았다.     발사 과정을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는데 웬일인지 한동안 잠잠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마지막 3단 엔진이 예정보다 46초 빨리 꺼져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절반의 성공이었다. 정말 너무 아쉬웠다. 나도 그런데 하물며 11년이 넘도록 피땀 흘려 누리호를 개발한 우주 과학자들의 심정이 어떨까 생각하니 너무 애석하고 안쓰러웠다. 목표 궤도 진입은 못했지만 세계 7번째 우주 강국임을 보여줬으니 그게 어딘가!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한국은 지금 K라는 글자를 어두에 붙이는 것이 대유행이다. K팝, K뷰티, K푸드, K드라마, K방역 등등 그야말로 접두어 K의 전성시대다.     과거에는 국가의 정치 지도자나 뉴스 등에서 대한민국의 위대함을 칭송하기 위해서 K자를 사용했다. 이제는 일반 국민들도 자연스럽게 무슨 단어 앞이든 K라는 글자를 붙여 널리 통영하고 있다.       한류 열풍이 전 세계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한마디로 한류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각종 상을 휩쓸며 2차례나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랐다. 팬클럽 ‘아미’들은 BTS 노래를 한국어로 따라 부르며 한국어를 배우기도 한다.     4인조 걸그룹 블랙핑크는 유튜브 구독자 수가 전 세계 남녀 아티스트를 통틀어 1위로 올라섰다. 우리 영화는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아카데미 상을 두 번씩이나 받는 쾌거를 이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에 올랐다. 배우 윤여정씨는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 조연상을 수상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글로벌 돌풍을 일으키며 오랫동안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K컬처로 세계인들과 한국인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한 국민적 자부심이 스스로 자신 있게 K자를 여러 분야에 붙일 수 있는 이유다.     그렇게 세계 속의 대한민국 안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에 비해서 한참 뒤떨어진 나라에 사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정치가 수준 이하이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이건희 삼성 회장은 “한국 정치는 3류도 아닌 4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국 방문 중에 본 한국의 정치판은 세계 10위 경제대국과 어울리지 않게 낙후돼 있다. 서로 험담하며 싸운다. 조선시대 사색당파를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원인이야 각기 다르지만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모두 끝이 불행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망명지에서 돌아가셨고, 박정희 대통령은 측근에게 살해 당했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은 모두 감옥에 갔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들은 감옥에 가지 않았지만 아들들이 감옥에 갔고,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재 감옥에 수감되어 있고 박근혜 대통령도 연약한 여자로 영어의 몸이 되어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복수의 악순환이다.       좀 오래 전이지만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을 축하하기 위해 5명의 미국 전현직 대통령들이 백악관에 함께 모인 적이 있었다. 그들이 화기애애하게 웃는 사진을 보고 너무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전 미국을 뒤흔들고 있을 때는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자신들의 소속 정당을 떠나 일제히 한 목소리로 인종 차별을 규탄했다. 그러한 대통령들을 가진 미국 국민은 무슨 복인가 싶었다.       한류는 세계를 휩쓸고 과학 기술은 우주를 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는데 한국의 정치는 구태의연하다. 그래도 한국인들은 K 환상에 빠져 살고 있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볼 일이 있어 외출을 했다. 지하철을 타고 자리에 앉아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내 앞에 섰다. 손에 든 쇼핑백을 바닥에 내려 놓는데 눈길이 가서 그 안을 보니 방울 토마토 상자가 들어 있었다. 그 상자에는 ‘K토마토’ 라고 크게 쓰여 있었다. ‘K정치’가 아직 없는 걸 보면 한국 정치는 토마토만도 못한가 보다.        배광자 / 수필가수필 토마토 한국 정치 나로우주센터 연구원들 정치 지도자

2021-11-25

"재외국민도 개헌 국민투표 가능"

박근혜 대통령이 갑자기 개헌을 제기하면서 재외선거인(영주권자)도 개헌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답은 현재로서는 예스나 노로 분명하게 말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재외선거인도 국민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됐지만, 시행법인 국민투표법은 아직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4년 7월 24일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가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의 관련부분이 재외선거인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사실상 위헌을 뜻하지만 당장 위헌이 될 경우, 현실적으로 각종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국회와 정부에 해당 법을 만들기까지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5년 12월 31일까지 개선입법이 됐어야 했지만, 2016년 10월 24일 현재까지 재외국민의 국민투표 참여를 인정하는 내용은 국민투표법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대해 LA총영사관의 윤재수 재외선거관은 24일 "현재로서는 선거법은 재외국민의 국민투표 참여를 허용하고 있고 국민투표법은 허용하지 않는 등 관련법 규정이 동일하지 않다"고 인정하고 "그러나 국민투표법의 경우 상시가 아닌 필요에 의해 개정하는 관례에 따라 개헌 작업이 진행되면 바로 통과시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재외선거인이 관련 국민투표에 참여하는데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현재 재외선거인이 참여할 수 있는 선거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로 제한돼 있다. 김병일 기자 kimbyoungil@koreadaily.com kim.byongil@koreadaily.com

2016-10-24

"청-여, '최순실 게이트' 막으려 국감 훼방"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29일 새누리당의 국감 보이콧이 계속되고 있는 데 대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매일 터지는 최순실 게이트 비리·추문, 미르·K스포츠재단, 우병우·이석수 등 사건을 은폐시키기 위해 국감을 훼방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이같이 말한 뒤, "그런다고 국감이 안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본회의를 열어 일정을 변경하더라도 국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본회의를 소집해 국감 일정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는 중차대한 과제가 있다"며 "이정현 대표와 새누리당 지도부의 각성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새누리당의 국감 복귀 및 일정 재조정 논의 참여를 요구했다. 그는 "강경파들이 돈을 걷어 광고를 낼 게 아니라 국회에 돌아와 국감에 임하는 게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 위원장은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진심으로 국감을 하고 싶어 한다"며 "상임위원장도 국감을 하고 싶어하고 중진은 물론 초선 의원들도 국감을 원해서 오늘은 어느 정도로 새누리당에서 협력을 받을 수 있을까 바로미터가 될 것 같다"고 여당 상임위원장들의 대오이탈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박 위원장은 "저렇게 양당이 극단적으로 대립을 하다 보니 현재로선 어떤 조정안을 내기가 난감하다"며 "그래서 저희 당은 오늘은 냉각기를 갖고 한 번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2016-09-28

[발언대] '건국절' 주장은 반역사적이다

숨겨두었던 태극기를 펼쳐들고 뛰쳐나와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춤을 추었다는 8월 15일도, 민족 최대의 수치인 8월 29일 경술국치일도 8월과 함께 지나가는데 마음이 이렇듯 무거운 것은 '건국절' 논란 탓이다.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일은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될, 나라를 빼앗긴 날이다. 어찌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느냐며 상해임시정부에서는 굶거나 찬 음식으로 더운 밥을 대신하며 그날을 상기하라고 권했다. 이날이면 투옥된 독립운동가들은 국치일 단식동맹을 조직했고 노동자들은 총파업을 계획했다. 지금도 광복회원들은 찬죽먹기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 국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예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순국선열들의 목숨을 건 투쟁이 없었다면 우리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항일 운동을 폄하하고 애국선열을 모독하는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인 '건국절' 논란이 다시 세차게 계속될 움직임이다. 광복회는 이에 개탄과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역사의식과 헌법정신 부재에서 오는 건국절 논란은 유구한 역사와 정통성을 지닌 대한민국을 유엔 승인 하에 독립한 신생국가처럼 인식케 함으로써 국가 체면을 손상시키는 망론이다. 대한민국 건국을 1948년 정부수립으로 보는 주장은 식민지 항쟁의 위대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의 역사를 바르게 보는 것이 결코 아니다. 특히 친일과 반민족 행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구실이 될 수 있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데 방해가 되고 후손들이 자랑스럽고 긍정적인 역사관보다는 기회주의와 사대주의를 배우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국은 1776년 7월 4일 미합중국을 국호로 독립을 선언했고 이 날이 '독립기념일'이다. 결코 건국절이 아니다. 정부가 수립되고 조지 워싱턴이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것은 이로부터 13년 후인 1789년이다. 그리고 워싱턴은 '국부'가 아니라 여러 명의 건국의 아버지들 중의 한 명이다. 대한민국은 그냥 주어진 대한민국이 아니다. 독립운동 선열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와 태극기 아래서 목숨을 내걸고 피나는 투쟁을 했다. 일제의 군경에게 사살 당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생일이 없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유구한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생일은 10월 3일 '개천절'이고 '대한민국'의 생일은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처음 쓴 1919년 4월 13일이다. 배국희·광복회 미국서남부지회장

2016-08-30

박근혜 대통령의 ‘소프트 외교’, DC 가을밤 수놓다

‘중국경사론’을 희석시키고 한미 혈맹관계를 재확인시키기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소프트 외교’가 워싱턴 DC의 가을밤을 수놓았다. 미국을 공식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오후 워싱턴 DC 앤드류 멜론 오디토리움에서 주재한 ‘한·미 우호의 밤 행사에는 존 케리 국무장관 등 고위인사들과 한국의 발전에 기여한 미국 재계 학계 인사들, 한미관계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워싱턴 지역 한인들과 정재계에 포진한 한인 2세 등 600여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뤘다. 박 대통령은 만찬사를 통해 “한미 양국은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이라는 공동의 가치와 이상으로 강력하게 결속되어 있다”며 “한국은 미국이 누구보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이며, 한미동맹은 미국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대통령은 “참전용사, 평화봉사단 참가자들과 함께 재미동포 여러분의 힘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발전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이 행사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60여년간 성공적으로 발전해온 한·미의 각별한 우정을 기념하고 앞으로 미래지향적 한미동맹의 진화를 강조하는 자리라는 점을 감안해 학계 인사들과 한미관계의 가교역할을 한 참전용사·평화봉사단 참가자들을 대거 초청하는 등 참석자들의 면면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한미 우호의 밤 행사에는 미국측 고위직 인사로는 존 케리 국무장관,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마크 리퍼드 주한미대사, 찰스 랭글제리 코널리 연방 하원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와함께 한미동맹이 6·25 전쟁에서 비롯된 만큼 이날 행사에는 한국전에 참전했던 참전용사 등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직간접으로 가진 인사들이 많았다. 흥남철수 작전 당시 메르디스 빅토리호의 일등항해사로 복무했던 미 해군 예비역 소장인 제임스 로버트 루니 제독은 이날 박 대통령과 한국전 참전기념비 앞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 데 이어 우호의 밤 행사에도 참석했다. 루니 제독은 1950년 12월 중공군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7600t의 화물선에 피난민 1만4000명을 태운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일등항해사로 복무했다. 에드워드 라우니 장군은 한국전 발발 당시 북한의 남침 소식을 맥아더 사령관에게 최초로 보고한 인물이다. 미 10군단 공병 준장으로 근무할 당시에는 흥남철수 작전에 참여, 퇴각로 확보를 위해 다리를 폭파함으로써 연합군 12만명과 민간인 10만명의 탈출에 기여했다. 한국전에 미 육군 정찰병으로 참전한 것을 계기로 일평생 전쟁 고아를 돌보는 일에 전념한 조지 드레이크 박사,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의 피해자인 보니파스 대위의 미망인 마샤 보니파스 여사도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지난 1978년 8월 당시 고(故)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 중이던 박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접견한 바 있다. 우리 민족의 근대화와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지원한 인사들의 후손들도 이날 행사에 함께 했다. 이화학당을 설립해 여성 신교육의 기틀을 마련한 메리 스크랜튼 선교사의 증손녀 샐리 게일씨, 고종황제의 특사 자격으로 루즈벨트 대통령 면담을 시도하고 헤이그에서 한국 대표단을 지원한 호머 헐버트 선교사의 손자 브루스 헐버트씨와 조선의 독립운동을 지원한 조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경제고문으로 활동한 부친에 이어 3대째 한국을 돕고 있는 다이애나 두건 전 국무부 본부대사도 참석했다. 이 밖에도 3살에 미국 흑인 가정에 입양돼 LA 소방국 부국장까지 오른 에밀 맥 소방관, 한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성장해 미주리주 최초 아시아계 판사로 임명된 주디 드레이퍼 판사,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돼 두 다리를 잃는 와중에서도 소대원들을 안전하게 피신시킨 제이슨 박 대위 등 한미관계 발전에 이바지한 한국계 미국인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또한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한국에서 젋음을 바친 평화봉사단 대표 11명과 지난 2002년 학교에 ‘38선 기념공원’을 세운 버지니아 캐롤라인 중학교 역사연구 동아리 교사 및 학생들도 초대됐다. 워싱턴 지역 한인으로는 유미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영부인을 비롯해 황원균 민주평통 워싱턴 지회장, 임소정 워싱턴 한인연합회장, 김태원 버지니아 한인회장, 린다 김 글로벌 한인연대 대표, 한연성 재미한국학교 워싱턴협의회장, 이정실 워싱턴 정대위 회장, 마이클 권 KCPP대표, 최향남 MD여성회 회장, 데이비드 한 워싱턴한인연합회 수석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또한 마크 김·데이비드 문 MD주하원의원, 마크 김 VA주하원의원, 그레이스 한 울프 헌던 시의원등 한인 정치인들과 팀 휴고, 수잔 리 의원을 비롯한 친한파 지역정치인들도 초청됐다. 한편 이날 문화행사로는 워싱턴 포스트와 CNN이 세계 최고의 앙상블 중 하나라고 극찬한 연악 오케스트라 ‘세종 솔로이스츠’와 ‘CBS 소년소녀합창단’, ‘우리가락 청소년무용단’, 태권도에 다양한 공연장르와 음악을 결합한 퍼포먼스로 주목받는 ‘K-타이거즈’가 출연해 참석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박세용 기자 park.seyong@koreadaily.com

2015-10-16

박근혜 대통령 어제 워싱턴 도착…3박4일간 외교일정 시작

3박4일 간의 미국 순방길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후 워싱턴 DC에 도착, 외교일정을 시작했다. 서울공항에서 전용기편으로 출국한 박 대통령은 약 13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이날 오후 워싱턴 DC 동쪽에 위치한 앤드류스 공군기지를 통해 미국 땅을 밟았다. 공항에는 안호영 주미대사와 임소정 워싱턴 한인연합회장, 황원균 민주평통 워싱턴 지회장, 한연성 워싱턴 통합한글학교협의회장, 피터 셀프리지 의전장, 마크 리퍼트 주한대사 등이 나와 박 대통령을 영접했다. 소나기가 내리는 가운데 환한 모습으로 트랩을 내려온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소정 회장은 “워싱턴 한인들을 대표해 진심으로 환영하며 성공적인 방문이 되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웃으며 “비 오는데 수고하시고 환영에 감사한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취임 첫 해인 2013년 5월 양자 정상회담을 위한 방문, 지난해 9월과 올해 9월 유엔(UN)총회 참석을 위한 방문 등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박 대통령은 오는 14일 오전 한국전 참전 기념비 헌화를 시작으로 미국 방문의 공식일정을 시작한다. 박 대통령은 이날 나사(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를 방문해 우주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두 번째로 15일 미국 국방부인 펜타곤도 방문해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재확인한다. 오는 16일에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열린다. 2013년 5월 방미 때에 이어 지난해 4월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같은 해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양자회담에 이은 네 번째 한·미 정상회담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기간동안 별도의 동포 간담회는 열리지 않는다. 박대통령은 14일 오후 6시30분 DC의 앤드류 W 멜론 오디토리엄에서 오후 6시30분에 열리는 ‘한미 우호의 밤’ 행사를 통해 일부 단체장들을 비롯한 지역 한인들과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를 다룬 ‘공동성명(Joint Statement)’와 두 나라간 전략적 협력방안을 담은 ‘한미관계 현황 공동설명서(Joint Fact Sheet)’가 채택될 전망이다. 박세용 기자 park.seyong@koreadaily.com

2015-10-14

박근혜 대통령 미국 도착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13일(오늘) 미국에 도착한다. 박 대통령은 오는 15일 워싱턴DC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6일간의 일정을 소화한다. 14일 한국전 참전 기념비 헌화를 시작으로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방문한 뒤 한미우호의 밤에 참석해 동포들을 격려한다. 15일에는 펜타곤을 방문한다.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다. 당일 조 바이든 부통령 초청으로 관저 오찬도 함께 한다. 오후에는 미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한국 외교안보정책에 대해 연설한다.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취임 첫 해인 2013년 5월 양자 정상회담을 위한 방문, 지난해 9월과 올해 9월 유엔(UN)총회 참석을 위한 방문 등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2013년 5월 방미 때에 이어 지난해 4월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같은 해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양자회담에 이어 네 번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동맹 및 대북문제, 동북아 협력 등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한편 박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66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 국회의원 중에서는 새누리당 윤상현·김재원 의원이 대통령 정무특보 자격으로 동행하며 국무위원 중에서는 윤병세 외교부·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수행한다.

201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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